
어둠이 마지막 숨을 고르는 시간,
영락교 위에서 마주한 세상은
호수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빛의 시(詩)입니다.

천 년의 세월을 품은 듯 단아한 월영교와
새로운 시대의 빛을 밝히는 달빛대교가
수면 위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고요한 새벽의 문을 엽니다.

찬 공기를 뚫고 전해지는 조명의 온기는
잠든 세상을 깨우는 다정한 속삭임이 되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투명한 거울 속에는
하늘보다 더 깊은 밤의 영광이 담겨 있습니다.

경계가 사라진 호수 위를 걸으며
비로소 마음 한구석에 묵혀둔 소란을 비워내고
오직 빛과 어둠, 그리고 나만이 존재하는
이 경이로운 조화를 가만히 응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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