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서귀포항(새연교) 저녁풍경

Chipmunk1 2026. 3. 29. 19:00

(구름 뒤에 숨은 오늘의 인사)

서귀포의 바다는 언제나 너그럽지만, 오늘 저물어가는 해는 조금 수줍음이 많았나 봅니다. 바다 수평선 너머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일몰을 기대했던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서운함이 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름 속에 갇힌 해가 뿜어내는 빛은 오히려 더 깊고 은은합니다.

직설적으로 쏟아지는 강렬한 햇살보다,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바다 위를 조심스럽게 물들이는 저 보랏빛과 오렌지빛의 조화는 마음을 더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해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온 힘을 다해 하늘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매일매일도 이와 닮아 있지 않을까요?
화려한 성취나 거창한 이벤트가 없었더라도, 조용히 하루를 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이 시간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마침표입니다. 해는 구름 뒤로 숨었지만, 그 온기는 여전히 항구의 배들과 새연교 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위에, 저 은은한 노을이 따스한 배웅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갇힌 해가 주는 위로)

수평선 끝닿는 곳
붉은 눈물 툭, 떨어지길 기다렸으나

오늘은 구름이 그 마음을 미리 안았네
서운해 마라, 항구의 저녁아
다 보여주지 못한 빛들은
구름 틈새로 더 길게 뻗어 나와

잔잔한 물결 위로 부서지는 보석이 되나니
새연교 하얀 돛대는
저무는 빛을 닻 삼아 정박하고
항구에 몸을 기댄 배들은

내일의 항해를 꿈꾸며 어둠을 맞이하네
가려진 해가 더 아련한 것은
끝내 다하지 못한 말들이
하늘가에 번지는 노을로 남았기 때문

하루의 끝,
구름에 갇힌 저 해처럼
우리도 잠시 마음을 닫고
내일의 빛을 위해 깊게 숨을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