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등산 굽이도는 안개 자락 끝에
세월도 비껴간 단정한 처마가 앉아있다
인류가 함께 품은 세계유산의 이름으로
천년의 숨결이 이곳에 고스란히 흐른다.

국보 제15호, 이 땅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집
극락전 배흘림기둥이 억겁의 무게를 버티고
그 뜰 앞을 말없이 지키는 삼층석탑 하나
풍경 소리 대신 하늘의 침묵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조선의 웅장함을 두른 대웅전 문살 너머로
단청의 푸른 빛은 여전히 어제의 오늘을 말하고
휘어진 서까래 한 줄, 박힌 돌 하나에도
흐트러짐 없는 선인의 마음이 고여 있다.

비움으로 채워진 산사의 고요한 아침
봉황이 머물다 간 그 자리에 남아
우리가 지켜야 할 시간을 굽어보는
찬란하고도 단아한 빛나는 유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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