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청보리가 익어가는 학원농장

Chipmunk1 2025. 5. 16. 06:00

2025. 05. 13.

축제는 지난 주말에 끝이 나고, 이제는 청보리가 익어가는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정겨운 고창의 학원농장을 2019년에 처음 찾은 이래로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찾게 되는, 사철 아름다운 학원농장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와 진 전 총리의 부인 이학 여사가 1960년대 초반 고창군 서남부의 미개발 야산 10여 만평을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농장 이름은 이 지역의 옛 지명인 "한새골"에서 유래했는데, 여기서 "한새"는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하는 백로, 왜가리 등을 이르는 말로, 실질적인 주 설립자인 이학 여사의 이름자 "학"과 이미지가 같아 들을 뜻하는 한자어 "원"과 합쳐 "학의 들"이라는 뜻에서 "학원농장"으로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학원농장의 공식 명칭은 '농업회사법인 넓은들 주식회사'이며, 넓은들이라는 카페와 이곳에서 수확한 보리로 만든 보리비빔밥등을 판매하는 학원농장식당 등이 있습니다.

별도의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기에, 나그네는 아직 관람객이 없는 이른 아침에 청보리밭 사잇길을 두어 바퀴 돌다가,

학원농장식당 문을 여는 오전 9시 30분에 첫 손님으로 입장해서 보리비빔밥 한 그릇으로 진정한 봄의 청보리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된 영화 "폭싹 속았수다"를 비롯해서 수많은 영화촬영지로도 명성이 자자한 학원농장인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엇갈리는 연인들의 절절했던 사랑을 주제로 방영됐었던 드라마 "연인"의 남녀주인공들이 눈앞에 이별을 두고 노란 유채꽃을 배경으로 청보리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달달하게 첫 키스를 나누던 장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인적이 없는 이른 아침에 어느새 중천으로 향하는 아침해와 새소리와 바람소리와 함께 걷는 청보리밭 사잇길, 지난 주말 내린 비에도 아랑곳 않고, 단단해진 그 황톳길이 마냥 정겹습니다.

스러질 듯 스러질 듯 들판을 휘젓는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어쩌다 훌쩍 웃자란 아이도 있지만, 대개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고만고만한 높이로 알알이 익어가는 청보리가 누런 황금보리가 되는 6월의 모습을 상상하며, 넓은들 고창학원에서 익어가는 봄을 만끽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