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골살이 체험일지(10)

Chipmunk1 2024. 9. 3. 03:35

2024. 09. 01.

20 여일 만에 텃밭은 잡초들이 정글을 이루고, 오랜 폭염 속에서도 잡초들의 그늘 아래, 어쩌면 금년에 마지막으로 볼지도 모르는 오이가 곱게 늙어 황금색 노각이 되어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두 개 피기 시작하던 부추꽃이 하얀 부추꽃밭으로 바뀌어, 잡초를 이겨내고 환하게 웃으며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새끼손톱 만하던 대추는 엄지손톱 보다 훨씬 커다랗고 튼실하게 머잖은 가을을, 풍성한 한가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씨를 뿌린 적도 없는 호박이 텃밭에서 뻗어 나와 마당 한가운데에 보란 듯이 누워 있기에, 살짝 들어 올려 텃밭으로 돌려보냈더니, 일주일 만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대문밖 향기를 따라가니, 박주가리꽃이 환하게 피어, 이제는 더위가 한풀 꺾인 듯,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골짜기의 은은한 천연 방향제가 되어줍니다.

마당 한 귀퉁이에는 눈에 띌 듯 말 듯 2-3 mm 정도의 앙증맞은 보라색 쥐꼬리망초꽃이 여름과 가을의 가교가 되어 수줍게 웃으며 순한 가을이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듯 보입니다.

열대야가 사라지고 새벽공기가 20도를 밑도는 산골짜기에는 시나브로 가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