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봄비 시작되기 전, 봄의 전령사 크로커스를 추억하며

Chipmunk1 2023. 3. 13. 00:00

아주 자그마한 키에 실같이 생긴 꽃대는
실이라는 그리스어 Krokos에서 따와서
크로커스(Crocus)라 부르고, 믿는 기쁨
청춘의 기쁨이라는  온통 기쁨 투성이인
꽃말로, 동면 끝에 겨울이 지나가자마자
잔설도 마다않고 초록빛 봄이 오기 전에
작은 꽃대를 세워 양지바른 언덕에 피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아니
매화도 산수유도 알지 못하는 땅속 봄을
세상에  알려주는 진정한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와 더불어  예쁘게 찾아와 기쁨을
전해주는 크로커스가  봄을 만들어 간다

엷은 자적색 크로커스의 자태가
패션의 새로운 장르를 완성하고

여섯 장의 꽃잎과 세 개의 수술
그리고 수술 가운데 암술 하나

샛노란 암술 머리는
노란색 염료가 되고
음식의 향신료 되어
믿는 기쁨 되어주고
패션의 장르가 되어
청춘의 기쁨이 된다

지표면에  가까이 피어나서
비바람에  힘없이 스러지고
빗물에  튀는 흙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내다 예쁜 꽃
떠나가면 가운데 흰색 세줄
잎이 나와  봄꽃들을 맞는다

비가 시작되기 전
몇 송이 고이 담아
이른 봄 가기 전에
기쁨의  기억 속에
깊숙이  넣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