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5

봄을 기다리는 논병아리

2025. 02. 20.막바지 기습적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논병아리와 논병아리 보다 배는 커 보이는 물닭이, 마치 논병아리의 크기를 짐작케 해 주려는 듯 나란히 포즈를 취해줍니다.워낙에 빠릿빠릿한 논병아리가 눈에 띄기 바쁘게 잠수를 해서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는 통에 좀처럼 사진으로 남기기 쉽지 않건만, 웬일인지 유유자적 몸집이 큰 다른 조류들이 없는 한적한 물 위에서 평화스러운 유영을 즐깁니다.아마도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하여 이리저리 떠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치,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어쩌면, 우리의 봄은 계절보다 조금 천천히 찾아오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을 내면서, 진정한 봄을 향한 가슴을 활짝 열고 또 하루하루를 견뎌..

여행 이야기 2025.02.21

동짓달, 서귀포항에 떠오른 보름달을 대하는 나의 단상

2024. 12. 15.오랜만에 서귀포항에 왔습니다.보름인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서귀포항의 야경이 그리워 왔는데,무심코 밝은 빛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다 구름에 가려져 마치 반달인 듯이 보이는 보름달을 보았습니다.그런데, 서서히 구름이 벗겨져 가면서 달이 찌그러져 보이기도 합니다.그리고, 한순간 구름이 달 위로 급하게 움직이니, 이번에는 보름달이 위쪽은 구름에 가린 채로 아래쪽만 보입니다.예사롭게만 보아오던 구름에 가린 달이 오늘따라 유독 살얼음 판 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 주려는 듯싶은 간사한 심정이 동짓달에 뜬 보름달조차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니, 큰 일은 참으로 큰 일인가 봅니다.솔잎에 가린 보름달의 모습이 또한 가시방석에 앉아있지 싶은 대한민국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의 ..

나의 생각 2024.12.19

봄비속의 안동하회마을

2024. 04. 20오후부터 비가 오신다기에 오시기 전 가려했더니아침부터 내린 봄비와 친구 하여 하회마을로 직진오천원하는 입장표를 구입하고 시월애 단팥빵집본점 카페에서 단팥빵과 고구마라떼를 앞에 두고꽃들이 만발한 카페 정원에서 망중한을 즐깁니다카페를 나와 카페와 인접한 하회탈 박물관 들러서다양한 하회탈을 둘러보며 뿌듯한 자부심과 함께이 역시 K문화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쳐내는관광문화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자부할 만큼꽤 많은 외국인들과 더불어 하회탈에 빠져봅니다하회탈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각양각색 탈들이한 공간에 전시되어 자국의 탈을 찾은 외국인들의신기해하는 모습에서 작은 지구촌을 떠올립니다박물관을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2분 정도 달려서하회마을 안으로 들어오니 울긋불긋 온갖 꽃들이하회마을의 봄을 ..

여행 이야기 2024.04.26

산책길에 피기 시작한 청매화를 보는 나의 단상(斷想)

이젠 꽃샘추위만 남겨놓고 시나브로 봄이 살포시 왔다 일월초 제주 한라수목원에서 시작한 청매화가 두 달여 동안 바다를 건너서 광양에 착륙해 섬진강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 방방곡곡에 축제로 이어진다 계절 이기는 장사는 없다더니 순백의 청매화가 미세먼지에 아랑곳 않고 한파를 무릅쓰고 눈부신 자태로 봄을 타고 왔다 셀 수 없이 많은 꽃수술만큼이나 복잡다단(複雜多端)한 현안들이 청매화 노란 꽃수술 매듭지어지듯 선한 주인 기만하고 핍박하는 막 나가는 못돼 먹은 머슴들과 목불인견 파렴치한 도적떼들 피그말리온의 찐 간절함으로 청매화 낙화 전 말끔히 정리돼 모두가 꿈꾸는 참 세상 오시길

봄 이야기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