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

여름 노래꾼 매미의 다양한 탈피껍질 (우화매미탈피껍질)을 보는 나의 단상(斷想)

산책길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매미껍질이 처음엔 살아있는 매미인 줄 알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계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듯 성충이 된 매미가 세상으로 나가면서 흔적을 남긴 것이란 걸 알고부터는, 여름 내내 밤낮없이 노래하는 매미의 개체수를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매미껍질들이 나뭇가지며 풀대에 매달려 있을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매미는 자라서 껍질을 남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혹여 나그네는 영원하리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 봅니다. 끊임없는 탐욕과 주변의 달콤한 유혹에 유한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음을 잠시 잊고, 탐욕의 끝이 어딘지도 모르고 불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불나방 같은 안타까운 삶을..

나의 생각 2023.08.21

장마 중에도 활짝 핀 범부채를 대하는 나의 단상(斷想)

호랑이 무늬를 한 여섯 개의 꽃잎이 무더위를 쫓으려는 듯 시원하게 펼쳐진 부채를 연상시키는 범부채가 깊어가는 여름의 지루해진 장마 속에서 나 보란 듯 활짝 피었습니다.밤새 오므리고 있던 범부채 꽃잎들이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게으른 잠꾸러기들이 마지못해 털고 일어나듯 서서히 열기 시작합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범부채의 꽃잎들은 밤바람에는 다소 흔들릴지언정 밤비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밤새 내리던 비가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운 아침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오므리고 있던 꽃잎을 여는 범부채가 언제 비와 왔었나 싶게 해맑은 얼굴로 활짝 웃어줍니다.여섯 개의 꽃잎은 각기 다른 크기와 길이가 부드럽고 조화로운 곡선을 이루며, 조금씩 색다른 호랑이 무늬의 단장을 하고 지루해진 장맛비가 연출하는 음습한 ..

꽃 이야기 202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