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31.

백양사 초입,
약수천의 물이 모여 드넓게 펼쳐지는 작은 호수. 본래 이곳은 맑디맑은 수면 위로 웅장한 백학봉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데칼코마니를 그리는 장관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계속된 가뭄 탓일까요?
풍성했던 물길은 줄어들고 호수는 어느새 수초들로 빽빽하게 메워져 있습니다.

약수천의 오랜 터줏대감인 왜가리는 자꾸만 얕아지는 물자리와 수초 사이에 몸을 묻은 채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 고요한 모습이 어쩐지 조금은 쓸쓸하고 슬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못 한구석, 주황빛 참나리 식구들이 곱게 고개를 내밀어 수초에 잠긴 호수를 안타까운 듯, 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네요.

비록 거울 같은 반영은 잠시 쉬어가지만, 자연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뭄을 견뎌내는 모습 또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조만간 시원한 장대비가 내려 호수가 다시 투명하게 채워지길 마음속으로 바라봅니다.

애기단풍이 붉게 물들어 바위의 끄트머리만 살짝 남긴 약수천의 맑은 수면 위에 멋진 데칼코마니가 만들어지는 가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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