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가 세차게 내린 아침 길목,
소란하던 세상을 씻어내고
풀숲 사이 수줍게 고개 든 연분홍 봉오리.

나팔소리처럼 요란하게 조르지 않고
그저 차분히 제 결대로 타오르며
두 손 모아 초록 포엽(苞葉)으로 감싸 안은
은은하고 고운 삶의 한 조각.

지난밤 몰아치던 줄기차게 내린 빗줄기도
가지 끝 흔들던 거친 바람도
맺힌 빗방울 하나에 다독여 흘려보내고,

따스한 햇살 차오르는 한낮까지
변함없는 미소로 제 자리를 지키는
너의 담담함이 문득 가슴을 적신다.
돌아보는 발걸음마다
소담스레 피어나는 분홍빛 온기,
아, 어느덧 메꽃 필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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