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비 내리는 월요일, 정평천의 새들은 비를 피하지 않는다

Chipmunk1 2026. 7. 20. 08:46

​유난히 차분하게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우산을 들고 정평천 길을 나섰습니다. 토닥토닥 우산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문득 물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길게 다리를 뻗고 선 왜가리, 새하얀 깃털을 뽐내는 쇠백로, 그리고 바위 위에서 옹기종기 깃털을 고르고 있는 어린 흰뺨검둥오리들까지.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할 생각도 안 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조금 짠해집니다.

'녀석들, 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저러고 있는 걸까?'하는 걱정 어린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건 인간의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

​새들에게는 비를 피하지 않는, 아니 피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천연 방수 외투의 힘: ​새들은 평소 꼬리 근처의 기름샘에서 나오는 기름을 부리에 묻혀 온몸의 깃털에 정성껏 바른다고 합니다. 덕분에 깃털 표면은 강력한 방수 코팅이 되어, 아무리 비가 내려도 속살이나 솜털까지 물이 스며들지 않습니다. 빗방울이 그저 깃털 위로 또르르 미끄러져 내릴 뿐이지요.

​비 오는 날 찾아온 사냥의 기회: 왜가리와 쇠백로에게 비 오는 날은 오히려 '대목'입니다. 빗방울이 수면을 두드리면 물속 산소가 많아져 물고기들이 위로 올라오는데, 이때 수면에 이는 파문이 새들의 그림자를 가려주어 물고기들이 눈치채지 못한다고 합니다. 녀석들은 처량하게 비를 맞는 게 아니라, 최고의 사냥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이 곧 집인 오리들의 일상: 바위 위에서 빗물을 맞으며 깃털을 다듬던 어린 흰뺨검둥오리들에게도 이 비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입니다. 엄마 오리가 물려준 천연 방수 본능 덕분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고 의연하게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서성이는 줄 알았는데, 녀석들은 이미 "이 정도 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만반의 준비를 끝낸 채 빗속의 정평천을 유유히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준비된 이에게는 소나기도 한 줄기 시원한 배경이 될 뿐이라는 것을, 오늘 아침 정평천의 새들에게서 배웁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에 마음까지 눅눅해지기 쉬운 하루지만, 빗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던 왜가리의 단단한 다리처럼, 우리도 오늘 하루 각자의 자리에서 의연하고 평안하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