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15.

밤새 내린 비가 그친 이른 아침, 늘 걷던 산책길을 나섭니다. 빗방울을 머금은 풀잎들이 싱그러운 초록빛을 뿜어내는 길목에서, 문득 발걸음이 멈추었습니다. 거친 풀숲 사이로 덩굴을 뻗으며 꿋꿋하게 피어난 반가운 얼굴, 바로 박주가리 꽃입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흔하디 흔한 덩굴풀에 불과하지만, 한 걸음 더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연보랏빛 도는 하얀 꽃잎들. 그 섬세한 꽃잎 안쪽에는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이 가득 밀생해 있어, 볼 때마다 신비롭고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의 박주가리는 특별한 보석까지 걸치고 있습니다. 맑고 투명한 빗방울들이 꽃망울마다 방울방울 맺혀, 흐릿한 아침에도 영롱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된 장마와 무더위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몽글몽글 피어난 봉오리들을 보니, 자연이 품은 생명력에 절로 경외감이 듭니다.

박주가리라는 이름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유래가 담겨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맺히는 바가지 모양의 열매가 조각조각 벌어진다고 하여 원래는 '박조가리'라 부르던 것이 오늘날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벌어진 열매 속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씨앗들은, 이윽고 눈부신 하얀 깃털을 달고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그래서일까요? 박주가리의 꽃말은 '먼 여행'입니다. 여름날, 빗방울을 머금고 피어나는 작은 꽃잎들은 어쩌면 가을날 저 멀리 날아갈 눈부신 비행을 조용히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길가 세초(細草)지만, 잠시 허리를 굽혀 눈을 맞추면 이토록 눈부신 비경을 선물해 줍니다. 아직은 흐린 하늘 아래에서 만난 박주가리의 청초한 미소가, 메마른 마음에 시원한 청량제처럼 스며드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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