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의연하게 견뎌낸 에키네시아

Chipmunk1 2026. 7. 15. 16:13

​밤새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던 비바람에 마음 한구석이 내내 쓰였습니다. 아침이 오자마자 서둘러 나선 길, 혹여 꺾이거나 상하지는 않았을까 염려하며 다가간 공원에는 뜻밖의 평온함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토록 모진 폭풍우를 온몸으로 받아냈을 에키네시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저 촉촉하게 젖은 채 담담하고 의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더군요.

​초록 잎사귀와 단단한 꽃술, 그리고 곱게 뻗은 꽃잎마다 송골송골 맺힌 맑은 빗방울들은 밤새 치열하게 버텨낸 시간의 흔적일 테지요.

​빗물을 머금어 한층 짓푸르고 짙어진 꽃잎들의 조화가 아침의 차분한 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꺾이기보다 품어 안기를 선택한 듯, 꽃잎 위에 보석처럼 얹힌 물방울들이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모진 바람을 다 맞고도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대견한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차분하고 단단하게 채워주는 힘이 있습니다.

​주저앉지 않고 가만히 젖어 있는 법을 아는 꽃.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낸 이 고요하고 강인한 생명력 앞에서, 문득 삶의 작은 소란쯤은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는 용기를 배웁니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젖을지언정 빛을 잃지 않는 삶."

​밤새 시달린 흔적을 가장 아름다운 훈장처럼 달고 서 있는 에키네시아처럼, 오늘 우리에게 찾아오는 크고 작은 바람들도 그저 촉촉하게 품어 안으며 묵묵히 나아가는 든든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