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던 비바람에 마음 한구석이 내내 쓰였습니다. 아침이 오자마자 서둘러 나선 길, 혹여 꺾이거나 상하지는 않았을까 염려하며 다가간 공원에는 뜻밖의 평온함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토록 모진 폭풍우를 온몸으로 받아냈을 에키네시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저 촉촉하게 젖은 채 담담하고 의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더군요.

초록 잎사귀와 단단한 꽃술, 그리고 곱게 뻗은 꽃잎마다 송골송골 맺힌 맑은 빗방울들은 밤새 치열하게 버텨낸 시간의 흔적일 테지요.

빗물을 머금어 한층 짓푸르고 짙어진 꽃잎들의 조화가 아침의 차분한 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꺾이기보다 품어 안기를 선택한 듯, 꽃잎 위에 보석처럼 얹힌 물방울들이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모진 바람을 다 맞고도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대견한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차분하고 단단하게 채워주는 힘이 있습니다.

주저앉지 않고 가만히 젖어 있는 법을 아는 꽃.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낸 이 고요하고 강인한 생명력 앞에서, 문득 삶의 작은 소란쯤은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는 용기를 배웁니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젖을지언정 빛을 잃지 않는 삶."

밤새 시달린 흔적을 가장 아름다운 훈장처럼 달고 서 있는 에키네시아처럼, 오늘 우리에게 찾아오는 크고 작은 바람들도 그저 촉촉하게 품어 안으며 묵묵히 나아가는 든든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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