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참나리, ​두물머리의 보초병, 백련을 지켜보는 세퍼드

Chipmunk1 2026. 7. 17. 00:01

2026. 07. 13.

이른 아침, 물안개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두물머리 강가에 섰습니다.

우아하고 고고한 백련들이 하나둘 맑은 얼굴을 내밀 준비를 하는 그곳에서, 아주 흥미롭고 든든한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강기슭을 따라 붉은 주황빛 불꽃을 피워 올린 참나리 군락입니다.

초록빛 수풀 사이에서 하늘을 향해 곧고 당당하게 뻗어 나간 줄기, 그리고 사방을 경계하듯 매서우면서도 화려하게 피어난 꽃잎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마치 드넓은 초원에서 순박한 흰 양 떼를 지키는 늠름한 셰퍼드 같구나.'

저 멀리 고요하게 피어나는 하얀 백련들이 평화로운 '양 떼'라면, 강기슭에 서서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을 호위하는 참나리는 영락없이 든든한 '보초병 셰퍼드'의 모습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참나리를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뒤로 활짝 말려 들어간 정열적인 주황빛 꽃잎과 그 위에 점점이 박힌 선명한 호피 무늬, 그리고 언제든 튀어 나갈 것처럼 강렬하게 뻗어 나온 수술들이 맹수의 날렵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뿜어내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강가를 굳건히 지키고 선 모습이 하나같이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당당합니다.

이 든든한 파수꾼들의 은근한 눈길 덕분일까요.
올해의 백련들은 그 어느 해보다 안심하고 잔잔한 물결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아침, 두물머리 강가에서 마주한 이 대견하고 역동적인 생명력 덕분에 가슴 한편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서정적인 산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