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숨을 고르는 아침, 늘 걷는 길목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풍경을 마주합니다. 거친 바위틈 사이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튀는 물줄기 곁, 자연이 정성스레 그려 놓은 실경산수화 한 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림의 주인공은 고고한 자태의 쇠백로와 여름의 전령사 참나리입니다.
바위 위에 내려앉아 세상을 달관한 듯 꼿꼿이 서 있는 쇠백로의 순백색 깃털은 서슬 푸른 선비의 기상을 닮아 있습니다. 그 곁에서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주황빛 꽃잎에 검은 점박이 무늬를 뽐내는 참나리의 화려함은 먹색 짙은 풍경 속에 점을 찍듯 생동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인위적인 손길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구도입니다. 거칠게 흐르는 물소리는 배경음악이 되고, 청초하게 뻗은 초록빛 풀잎들은 멋스러운 여백의 미를 만들어냅니다. 희고 깨끗한 백로의 '정(靜)'과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리의 '동(動)'이 한 공간에서 이토록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하는 내내 숨소리조차 아끼게 됩니다. 자연이 베푸는 맑고 고아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아침입니다.

폭염이 급습한 여름날이지만, 이 청량하고 은은한 자연의 묵향(墨香)이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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