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1.

여름이 깊어갈수록 풍경은 더욱 과감하고 화려해집니다. 7월의 첫날 아침, 서늘한 새벽이슬을 머금은 채 피어난 독특한 분홍빛 꽃을 만났습니다.

마치 초록 풀숲 위에서 펑하고 터진 작은 불꽃놀이 같기도 하고, 화려한 왕관 같기도 한 이 꽃의 이름은 베르가못(Bergamot), 혹은 모나르다(Monarda)라고 불리는 허브 식물입니다.

'베르가못'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홍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은은한 향이 매력적인 '얼그레이 차'를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사실 진짜 베르가못은 이탈리아에서 자라는 감귤류 나무(과일)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분홍색 허브 꽃의 잎과 줄기를 살짝 문지르면, 신기하게도 그 감귤 과일과 똑같은 상큼하고 쌉싸름한 향이 진하게 풍겨 나옵니다. 이 매혹적인 향기 덕분에 사람들은 향의 이름을 따서 '베르가못'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주변을 싱그럽게 채우는 향 덕분에 아주 오래전부터 차로 끓여 마시거나 치료제로 쓰였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이국적인 이름으로 불리지만, 우리네 화단에서는 이 꽃을 '수레국화아재비'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식물 이름 뒤에 붙는 '아재비'는 "진짜 그 식물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참 많이 닮았다" 할 때 붙이는 다정한 우리말 표현입니다. 사방으로 삐죽삐죽하게 퍼져나가는 꽃잎이 봄날의 수레국화를 쏙 빼닮아 붙은 별명이지요. 세련된 외국 이름보다, 이 투박하고 정감 가는 우리말 이름이 이른 아침 두물머리의 서정적인 풍경에는 어쩐지 더 포근하게 잘 어울리는 것만 같습니다.

베르가못은 '독신(지조)'과 '가련의 마음'이라는 조금은 단호하고도 애틋한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강렬한 빛깔과 향기로 여름 한 철을 당당하게 채워가는 모습이 참 지조 있게 느껴집니다.

유독 지치기 쉬운 무더운 계절이지만, 새벽이슬 속에서 당당하게 피어난 분홍빛 불꽃처럼 여러분의 하루도 활기찬 에너지와 상큼한 향기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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