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비가 채 스며들지 못하고, 개망초 꽃등 위에 동글동글 무겁게 앉아 있습니다.
그 소박한 하얀 꽃송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워 보이는 투명한 무게입니다. 하지만 개망초는 묵묵히 그 빗방울 보석들을 온몸으로 받쳐 들고 있습니다.
그 가냘픈 흔들림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또 하나의 하얀 존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고운 색감과 신비로운 자태에 슬며시 '기생나비가 아닐까' 마음을 빼앗기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리에게 참 친숙한 흰나비입니다.

밤새 내린 비에 날개가 살짝 젖은 탓인지, 평소에 보던 흔한 빛깔이 아닙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듯 한층 깊고 투명한 회갈색 음영이 날개 끝에 그윽하게 번져 있습니다. 마치 우아한 기생나비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모호한 아름다움입니다.
무거운 빗방울을 이고 있는 개망초도,
비에 젖은 날개를 쉬어가는 흰나비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이 촉촉한 아침을 함께 견디며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작고 가녀린 생명들의 사연과 가만히 눈을 맞추며, 세상의 모든 눈부신 순간은 이렇듯 가장 낮고 소박한 곳에서 묵묵히 피어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미처 떠나지 못한 빗방울이 아침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도 맑은 사연 하나가 둥글게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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