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이 짙어지다 못해 푸르름이 꽉 찬 7월 초순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풀숲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강렬한 주황빛 꽃을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여름의 한복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범부채입니다.

보통 여름이라 하면 시원한 수국이나 연꽃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이슬을 머금고 피어난 범부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을 닮은 강인하고 매력적인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범부채라는 이름은 꽃과 잎의 모양에서 각각 유래한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정겨운 우리말 이름입니다. 가만히 뜯어보면 참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있지요.

여섯 갈래로 시원하게 뻗은 주황색 꽃잎 위에는 짙은 붉은색 반점들이 콕콕 박혀 있습니다. 이 독특한 모습이 마치 호랑이나 표범의 가죽 무늬를 닮았다고 하여 '범'이라는 글자가 붙었습니다.

꽃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부챗살을 넓게 펼쳐 놓은 것처럼 잎들이 좌우로 납작하고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자라납니다. 옛 선비들이 멋스럽게 들고 다니던 합죽선(부채) 모양을 쏙 빼닮았지요.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과 선비의 단아한 기품이 하나의 식물 속에 함께 녹아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한자어로는 호랑이 나비를 닮았다고 하여 사간(射干) 또는 야현(野鳶)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범부채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짙은 녹음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쨍한 주황빛 색감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꽃잎은 마치 작은 불꽃들이 피어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꽃이 한 번에 모든 꽃을 와르르 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길게 뻗은 줄기 끝에 여러 개의 꽃봉오리가 맺히면, 하루에 한두 송이씩 순차적으로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활짝 피어난 꽃 옆에는 내일의 만남을 준비하며 단단하게 말려 있는 꽃봉오리들이 늘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저마다의 차례를 지켜 피어나는 모습에서 자연이 주는 은은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게 됩니다.

범부채의 꽃말은 '기분 좋은 소식'과 '성실'이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 새로운 꽃봉오리를 열어주며 깊어가는 여름을 성실하게 채워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강렬한 주황빛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눈부심이 이 꽃말과 참 잘 어울립니다.

유독 지치기 쉬운 무더운 한여름날, 길가에서 범부채를 마주친다면 호랑이의 활기찬 기운을 담은 이 꽃이 우리에게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러 찾아온 것이라 믿어보셔도 좋겠습니다. 깊어가는 7월, 이 주황빛 에너지가 여러분의 일상에도 작은 활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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