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물거울 한가운데
하나의 고운 우주가 깨어난다
처음엔 수줍은 분홍빛이었다가
속잎부터 가만히 진홍빛으로 익어가는 너
머나먼 프랑스의 어느 정원에서 태어나
백 년의 시간을 흘러 이곳 세미원까지
너는 '아트랙션'이라는 고운 이름으로 찾아왔구나

어린 날의 붉던 수줍음은
동그란 잎사귀 가장자리에 잠시 묻어두고
햇살이 가장 눈부신 오전이 오면
뾰족한 별 모양으로 활짝 기지개를 켜는 꽃

물밑으로 길게 드리운 진홍빛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손이 되어 마음을 붙잡고
정교하게 펼쳐진 꽃잎의 품 안으로
소금쟁이도, 지나던 바람도, 발길 멈춘 내 시선도
기어이 기분 좋게 갇히고야 만다

잠드는 순간까지 고운 빛을 잃지 않는 너는
올여름 내 마음에 찾아온 가장 화려한 이끌림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말잠자리의 찬란한 언어 (2) | 2026.07.03 |
|---|---|
| 푸른 여름날의 고백, 경복궁 향원지에서 만난 향원정의 향수 (2) | 2026.07.03 |
| 강기슭에 띄운 청초한 마음, 두물머리 백련(白蓮)을 찾다 (4) | 2026.07.03 |
| 두물머리 느티나무 아래서 (11) | 2026.07.02 |
| 장마를 눈앞에 둔 7월 첫날, 세미원에서 만난 붉은 설렘 ‘홍련(紅蓮)’ (9) | 202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