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1.

양평 세미원 수련연못을 거닐다 '완비사'라는 낯선 이름표를 보았습니다. 어쩐지 태국어 같은 독특한 어감에 어떤 꽃이 피어날까 호기심이 생겼지만, 정작 그 팻말 아래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의 보물은 다른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국사원의 한반도 모양 연못을 세심히 살피던 중, 물속에서 쏙 고개를 내민 아주 특별한 수련 한 송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바로 수련연못에서 그토록 궁금해했던 '완비사(Wanwisa)' 수련이었습니다.

2012년 세계 최고의 수련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품종은 예측 불가능한 변이로 유명합니다. 본래는 주홍빛 바탕에 노란 줄무늬가 흩뿌려진 모습이지만, 간혹 기적처럼 한 송이 안에 두 가지 색이 정확히 반씩 나뉘어 피어나기도 합니다.

이날 국사원 연못에서 만난 완비사가 바로 그 귀한 '반반 수련'이었습니다. 칼로 자른 듯 선명하게 대비되는 황금빛과 붉은빛이 맑은 수면 위에 투명하게 투영되어, 완벽한 데칼코마니 반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완비사(Wanwisa)'라는 이름은 태국어로 '부처님 오신 날(Vesak Day)'을 뜻한다고 합니다. 태국의 식물학자가 이 꽃을 처음 발견하고 그 신비로운 색감에 감탄하여 가장 신성한 날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입니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니, 한 꽃송이 안에 황금빛과 붉은빛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이 어쩐지 더욱 거룩하고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수련연못의 팻말 자리에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니, 국사원 연못 안쪽 깊은 곳에서 이토록 경이로운 자태로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이름표만 보고 지나쳤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기적 같은 순간, 물 위에 내려앉은 완벽한 대칭의 아름다움을 소중하게 담아봅니다.

세미원을 찾으신다면 팻말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연못 구석구석을 조금 더 다정한 시선으로 머물러 보시길 바랍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숨어 피어난 진짜 보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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