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빛이 한층 더 짙어진 유월의 마지막 날 아침.
매일 걷는 정평천 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풀숲 사이로 반가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어느새 통통하게 살이 올라 갈색 옷으로 갈아입은 부들들. 단단하게 영글어가는 그 모습이 마치 핫도그 같기도 하고, 여름이 이만큼 깊었노라 온몸으로 알리는 전령 같기도 합니다.
이 아침 이슬을 머금은 부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 흘러갑니다. 부들이 이렇게 영그는 것을 보니, 이제 진흙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날 연꽃의 계절을 영접해야 할 때가 전해진 듯합니다.
정평천의 여름을 마주하며, 떠오른 시 한 수를 적어봅니다.

부들이 영글어갈 때
정평천 잔잔한 물결
풀숲을 헤치고
갈색 옷 매만지며
당당하게 솟은 부들
여름날
깊어가는 길목
제 풀에 영그네
고개 들어 바라보니
저 멀리 너머에는
진흙 속 맑은 영혼
피워낼 채비 한창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
문 앞에 와 있구나

내일 새벽에는 양평 두물머리로 달려가 붉게 물드는 해돋이를 맞이하고, 이어서 세미원의 수려한 백련과 홍련을 만나러 가려합니다.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연꽃이 가장 짙은 향기를 뿜어내기에,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두물머리의 강바람과 세미원의 고결한 연꽃 소식도 곧 가득 담아 오겠습니다.
푸르른 유월 잘 마무리하시고,
화사한 칠월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여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왜가리, 외다리로 서서 (8) | 2026.07.04 |
|---|---|
| 유월을 보내는 산수국 (5) | 2026.06.30 |
| 유월 밤의 고조도(高照度) (6) | 2026.06.29 |
| 아침 햇살 머금은 다채로운 에키네시아의 미소 (16) | 2026.06.29 |
| 지붕 위에 걸린 달 (4) | 202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