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짓날 이른 아침, 길가 풀밭에서 보랏빛 등대처럼 곧게 서서 반겨주는 우리 들꽃 '석잠풀'을 만났습니다. 비 개인 선선한 아침 공기를 호흡하며 마주한 꽃잎 위에는 어제 종일 내린 빗방울이 알알이 맺혀 있어 싱그러움을 더합니다.

석잠풀은 뿌리의 모양이 누에(잠, 蠶)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름은 다소 투박하지만, 피어난 자태는 어떤 화초보다 단아합니다. 네모진 줄기를 따라 층층이 돌려난 연보랏빛 꽃잎을 들여다보면, 아래쪽 입술 모양 꽃잎에 짙은 자주색 점무늬가 조화롭게 새겨져 있습니다.

석잠풀의 꽃말은 '치유'와 '존경'입니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피어나는 모습과 잘 어울리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고 혈액 순환을 돕는 약재로 사용해 왔으며, 전초를 말려 차로 마시거나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화려하게 시선을 사로잡지는 않아도, 짙은 초록색 잎사귀 사이에서 맑은 물방울을 머금고 서 있는 석잠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주변 풀밭으로 시선을 돌려, 초여름이 보내오는 소박한 인사를 건네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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