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그러운 초록이 짙어가는 초여름의 아침, 전주수목원 장미원에서 문학의 향기를 품은 특별한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영국의 거장 데이비드 오스틴이 시인 존 밀턴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 제목을 붙여 세상에 선보인 영국 장미, '영 라이더스(Young Lycidas)'입니다.

90 장이 넘는 미려한 꽃잎들이 겹겹이 보금자리를 틀고, 여린 분홍빛과 포근한 살구빛이 어우러진 화형은 고전적인 아늑함을 자아냅니다.

탐스럽고 커다란 꽃송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자태에서는 도도함 대신 겸손하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집니다.

영어에서 '향기(Fragrance)'라는 단어를 처음 널리 알린 시인의 이름답게, 아침 햇살을 받은 꽃망울은 진한 티 향과 클래식한 장미 향을 바람결에 아낌없이 실어 보냅니다.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마주하듯, 카메라 렌즈 너머로 번지는 이 고요하고 품격 있는 순간을 가만히 가슴에 새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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