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서귀포 푸른 바다 위, 외롭게 홀로 서서 세월을 품다: 제주 외돌개 이야기

Chipmunk1 2026. 6. 16. 12:25

2026. 06. 09.

제주 서귀포 서홍동, 거친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가에 서면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외롭게, 그러나 아주 당당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 기둥 하나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름 그대로 '외롭게 외따로 서 있는 돌기둥', 외돌개입니다.

주변의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푸른 소나무 숲,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과 섬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외돌개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적인 자연의 숭고함을 느끼게 합니다.

1. 자연이 빚어낸 웅장한 조각품

외돌개는 높이 약 20m, 폭 10m에 이르는 거대한 돌기둥(시스택, Sea Stack)입니다. 약 150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된 용암이 굳어지고, 오랜 세월 동안 거센 파도와 바람이 그 주변을 깎아내면서 단단한 중심부만 살아남아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외돌개의 꼭대기 부분에는 신기하게도 푸른 잔디와 소나무들이 자라나 마치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수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낸 자연의 생명력이 마냥 경이롭기만 합니다.

2. 그리움이 굳어 생긴 바위, '할망바위'

외돌개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간절한 느낌이 전해지는데, 여기에는 애틋한 전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옛날 서귀포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간 할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할머니는 이 바닷가에서 밤낮으로 통곡하며 할아버지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기다림에 지친 할머니는 결국 그대로 굳어 바위(외돌개)가 되었고, 나중에 할아버지의 시신이 바다 위로 떠올라 할머니 바위 아래에 와서 닿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외돌개의 아래쪽을 가만히 살펴보면, 마치 바다를 향해 간절하게 기도하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옆모습을 닮아 있어 이 전설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3. 국난을 극복한 지혜, '장군석'

외돌개는 '장군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 시대 말, 제주도에 남아있던 원나라의 잔당(목호)들을 토벌하기 위해 최영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제주를 찾았습니다.

당시 최영 장군은 범섬으로 도망친 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이 외돌개를 거대한 장군의 모습으로 위장시켰고. 먼발치에서 외돌개를 본 목호들은 대장군이 버티고 서 있는 줄 알고 겁을 먹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항복했다고 전해지니, 바위 하나로 적의 기세를 꺾은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4. 숲과 바다가 만나는 쉼터, 그리고 올레길

외돌개 주변은 제주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 부근으로, 도보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힐링 코스로 손꼽힙니다.

외돌개 주변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 해송 숲과 솔향기 가득한 산책로에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고개를 돌릴 때마다 문섬과 범섬이 어우러진 서귀포의 비경이 시시각각 다른 각도로 펼쳐집니다. 과거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외돌개는 잔잔한 바다 위에서 묵묵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수만 년 동안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 거센 태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인간의 역사와 전설을 모두 품어 안은 외돌개.

외돌개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단순히 신기하게 생긴 바위여서가 아니라, 변치 않는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그 '일관됨'과 '단단함' 때문이 아닐까요. 서귀포의 푸른 바다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이 외돌개 앞에 서서 그가 들려주는 오랜 세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