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한라산 남벽에서 산철쭉과 안개구름과 숨바꼭질하다

Chipmunk1 2026. 6. 13. 14:25

2026. 06. 08.

어찌나 안개가 자욱하던지, 윗세오름에서 남벽까지 오는  내내 안개구름의 강력한 환영식으로 술래가 되어 산철쭉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남벽에 도착하니, 어렴풋이 산철쭉 군락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바람 따라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백록담 남벽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남벽 건너편 산철쭉 군락지도 감질나게 구름이 휘감아 보일 듯 말 듯 애를 태웁니다.

그리고, 아침해가 두꺼운 구름을 뚫고 햇살을 내려쬐니, 못 이기는 척 안개구름이 살짝 백록담 남벽을 비켜지나갑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싶어, 다음 일정을 위해 남벽을 뒤로하고 윗세오름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윗세오름을 막 지나면서 안개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니, 영실탐방로 입구를 향하면서부터 2% 부족한 아쉬움에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다가, 급기야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음 일정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다시 남벽을 가기 위해 윗세오름으로 미련 없이 방향을 바꿉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다시 찾은 남벽은 어느새 안개는 걷히고, 구름은 살랑살랑 하늘로 올라가서, 세상이 환해지니, 길고 길었던 숨바꼭질 술래가 마침내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