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왜 이 살구빛 장미의 이름은 '스롭셔 래드'일까?

Chipmunk1 2026. 6. 6. 00:00

전주수목원의 장미원, 수많은 장미 사이에서 유독 시선을 붙잡는 부드러운 빛깔의 장미 한 품종이 있습니다. 이름표를 보니 '스롭셔 래드(A Shropshire Lad)'.

처음에는 그 이름의 '래드'를 정열적인 붉은색 '레드(Red)'로 오해했습니다. '이토록 은은하고 다정한 맑은 핑크빛과 살구색을 머금고 있는데, 왜 이름에 레드가 들어갔을까?' 하는 의문이 마음 한구석에 남았지요. 강렬한 붉은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전의 색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집에 돌아와 그 이름의 진짜 속뜻을 알고 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 이름은 붉은색(Red)이 아니라, 영국의 서정 시인 하우스먼의 시집 제목에서 따온 '풋풋한 청년'을 뜻하는 '래드(Lad)'였습니다. 육종가 데이비드 오스틴이 자신의 고향인 스롭셔 지방과 그곳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에 바치는 오마주였던 셈입니다.

뜻을 알고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니, 꽃의 얼굴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겹겹이 들어찬 꽃잎 중심부의 짙은 이슬빛 핑크는 수줍음 많던 그 시절 청년의 볼을 닮았고, 바깥으로 갈수록 부드럽게 풀리는 살구빛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의 순수한 설렘을 닮았습니다. 장미 덤불 사이에 뾰족이 솟아오른 붉은 꽃망울들은 마치 무언가를 열렬히 꿈꾸는 청년의 푸른 기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시마저 거의 없이 부드러운 이 장미는 강인한 이름 속에 가장 섬세하고 로맨틱한 시적 서정을 품고 있습니다.

오월의 싱그러운 초록 잎사귀 사이에서 찬란하게 피어난 '스롭셔의 청년'. 이름 뒤에 숨겨진 문학적인 이야기를 알고 나니, 수목원에서 마주했던 그 화사한 오월의 풍경이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로 가슴에 다시금 새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