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고불매의 봄날이 떠난 자리, 싱그럽게 익어가는 오월의 백양사 매실

Chipmunk1 2026. 5. 23. 15:27

​백암산 자락의 아늑한 품에 안긴 백양사를 찾았습니다.

​이른 봄날, 은은한 향기와 고결한 자태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고불매(古佛梅)의 화려한 분홍빛 꽃 잔치는 이제 볼 수 없지만, 그 아쉬움도 잠시뿐입니다. 꽃이 떠난 그 자리에는 자연의 부지런한 약속처럼 푸르고 실한 매실들이 가지가 무겁도록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의 기와지붕과 화려한 단청을 배경으로, 오월의 싱그러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초록 매실들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겉면에 보송보송하게 돋아난 고운 솜털과 단단하게 차오른 모양새에서 대자연의 강인한 생명력과 계절의 깊어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꽃은 피어날 때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묵묵히 결실을 맺어가는 초록의 시간 역시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고 대견합니다. 화려함 뒤에 찾아오는 이 담백하고 풍성한 풍경 덕분에, 마음속까지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 채워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