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흘 전, 유난히도 시린 하늘을 머리에 이고, 지리산 바래봉(해발 1165m)에 올랐습니다.


땀방울을 훔치며 마주한 정상은 온통 연분홍빛 산철쭉의 바다였습니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넘실거리는 분홍빛 물결은 지리산의 푸른 능선과 어우러져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를 그려냅니다. 거친 바위틈에서도, 가파른 계단 길목에서도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나 등산객을 반겨주는 꽃들. 억척스러운 초록의 생명력 속에 수줍게 얼굴을 내민 하얀 철쭉의 등장은 이 아름다운 화원의 정점을 찍어줍니다.

정상석 곁에서 끝없이 펼쳐진 산줄기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들이쉬니, 가슴속 묵은 온갖 생각들이 푸른 바람에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산이 주는 선물은 언제나 과분하고, 대자연이 펼쳐놓은 화첩은 언제 보아도 경이롭기만 합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봄의 절정이 가득했던,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성 황룡강변 꽃양귀비의 오색향연 (0) | 2026.05.27 |
|---|---|
| 여름을 기다리는 정원의 주인공, 플록스(풀협죽도)의 계절이 오네요 (11) | 2026.05.26 |
| 꽃양귀비 붉은 물결 넘실대는 오월의 장성 황룡강변을 걷다 (2) | 2026.05.24 |
| 고불매의 봄날이 떠난 자리, 싱그럽게 익어가는 오월의 백양사 매실 (4) | 2026.05.23 |
| 담양식 아인슈페너, 땅콩버터라떼 (6) | 2026.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