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분홍괴불나무에 서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분홍 꽃 그늘 아래서 띄우는 사모곡

Chipmunk1 2026. 5. 8. 00:32

봄날의 햇살이 싱그러운 초록 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길목입니다. 걸음마다 기분 좋은 계절의 향기가 묻어나네요. 수목원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난 분홍괴불나무 꽃을 마주하는 순간,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됩니다.

저 연하고 고운 분홍빛이 어찌나 정겨운지, 마치 오래전 어머니가 명절날 입으셨던 고운 저고리 색깔을 닮아 있어 가슴 한구석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차오릅니다.

혹시 아시나요?
분홍괴불나무는 그 이름 속에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품고 있다는 것을...... '괴불'은 원래 어린 자식의 옷귀에 매달아 주던 삼각형 모양의 노리개입니다. 병마를 쫓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며 정성껏 바느질해 달아 주던 그 손길처럼, 이 나무도 척박한 땅에서 꿋꿋하게 줄기를 뻗어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켜내고 있지요.

유독 이 꽃이 어머니를 닮았다고 느껴지는 건, 항상 두 송이가 마주 보며 쌍으로 피어나는 그 예쁜 모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는 어머니요, 하나는 자식인 듯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 애틋한 형상을 보고 있으면, 시공간을 넘어 언제나 곁을 지켜봐 주시던 어머니의 따스한 눈길이 떠오릅니다.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묵직하게 피어나는 그 담백함이 생전 어머니의 성품과 참 많이도 닮아 있거든요.

때가 때인지라 더 그런 걸까요, 아니면 이 꽃이 전해주는 특별한 그리움 때문일까요? 꽃송이 하나하나에 맺힌 분홍빛 설렘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 시절의 다정한 안부 인사가 되어 돌아옵니다. 비록 어머니는 곁에 계시지 않지만, 해마다 잊지 않고 피어나는 이 꽃이 있어 그리움은 슬픔이 아니라 환한 위로가 되어주네요.

분홍괴불나무 꽃그늘 아래서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은은한 향기가 어머니의 포근한 품속 냄새 같아요. 꽃은 지고 피기를 반복하겠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의 인연은 영원히 지지 않는 법임을 오늘 이 길 위에서 새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