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철쭉과 영산홍은 떠나고, 모란이 만개하여, 봄의 왕좌가 바뀌는 아침

Chipmunk1 2026. 5. 6. 06:38

​안개 머금은 이른 아침
뜰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바뀝니다.

​분홍빛 수다로 담장을 채우던 철쭉과
불꽃처럼 마당을 달구던 영산홍이
이제는 지친 듯 고개를 떨구며
풀꽃 사이로 가만가만 내려앉습니다.

​"우리의 봄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작은 꽃잎들이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서둘러 이별의 짐을 싸는 그때,

​웅크렸던 꽃봉오리 천천히 들어 올리며
모란이 비단 치맛자락을 펼칩니다.
먼저 가는 이들의 아쉬움을 향기로 덮으며
가장 크고 화려한 아침 인사를 건넵니다.

​철쭉이 비워준 자리, 영산홍이 닦아놓은 길 위로
당당히 걸어 나오는 여왕의 발걸음.
이별은 곧 새로운 만개의 시작임을
모란의 붉은 심장이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