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머금은 이른 아침
뜰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바뀝니다.

분홍빛 수다로 담장을 채우던 철쭉과
불꽃처럼 마당을 달구던 영산홍이
이제는 지친 듯 고개를 떨구며
풀꽃 사이로 가만가만 내려앉습니다.

"우리의 봄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작은 꽃잎들이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서둘러 이별의 짐을 싸는 그때,

웅크렸던 꽃봉오리 천천히 들어 올리며
모란이 비단 치맛자락을 펼칩니다.
먼저 가는 이들의 아쉬움을 향기로 덮으며
가장 크고 화려한 아침 인사를 건넵니다.

철쭉이 비워준 자리, 영산홍이 닦아놓은 길 위로
당당히 걸어 나오는 여왕의 발걸음.
이별은 곧 새로운 만개의 시작임을
모란의 붉은 심장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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