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의 봄은 깊고도 푸르다. 오늘 밤, 탈춤공원을 가득 채운 것은 비단 화려한 조명뿐만이 아니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동아시아 세 나라의 숨결이 하나의 무대 위에서 만나는 순간, 안동의 밤은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한 온도를 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마음을 흔든 것은 일본 마쓰모토시에서 온 어느 예술가 집안의 연주였다.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작은며느리까지. 무려 5대를 이어 악기를 잡아왔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공연 전부터 묘한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코토의 팽팽한 줄 위로 겹쳐지는 세 사람의 손길에는 단순히 기술적인 완숙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며 대를 이어온 '가업'의 무게가, 안동이라는 유서 깊은 땅의 정신과 맞닿아 깊은 공명을 만들어냈다. 5대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선율은 낯선 타국의 밤하늘로 흩어지지 않고,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안동의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

이어지는 중국의 무대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었다. 쑤저우와 다리의 예술가들이 펼쳐내는 역동적인 몸짓은 대륙의 웅장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무대 배경에 피어난 거대한 연꽃과 오늘 밤 우리 머리 위를 비추는 보름달은, 비록 언어는 다를지라도 우리가 같은 미학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조용히 읊조리는 듯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역시 개최지 안동의 신명이었다. 우리 고유의 가락이 일본의 서정적인 음색, 중국의 화려한 춤사위와 한데 어우러지는 광경은 이번 축제의 슬로건인 '평안이 머무는 곳, 마음이 쉬어가는 안동' 그 자체였다. 세 나라의 예술가들이 무대 위에서 함께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면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동아시아의 평화가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밤공기는 조금 시렸지만 삼월의 보름달은 유난히 밝고 선명했다. 오늘 밤 우리가 나눈 문화적 감동 역시 아주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느껴졌다. 전통을 지키는 고집과 새로움을 향한 열정이 만난 이 밤. 5대를 이어온 선율이 안동의 정신문화와 만나 빚어낸 이 아름다운 기록을 가슴 한편에 소중히 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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