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낮은 곳에서 피어난 보랏빛 숨결, 금창초(金瘡草)

Chipmunk1 2026. 4. 18. 12:13

​이른 아침, 정평천의 풀섶을 살피다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끄는 꽃들 사이에서,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작은 생명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금창초(金瘡草)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락 말락 한 낮은 곳,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 자리를 지키며 보랏빛 꽃망울을 터뜨린 그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했습니다. 렌즈를 가까이 가져가니 그제야 금창초의 참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짙은 보라색 꽃잎 위로 정교하게 그려진 줄무늬는 마치 작은 나비가 날갯짓을 멈추고 쉬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금창초는 겨우내 차가운 대지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납작하게 엎드려 견딥니다. 그 인고의 시간을 거친 덕분일까요? 줄기와 잎사귀마다 돋아난 보송보송한 흰 털은 거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보호하며 피어난 강인한 생명력의 증거처럼 보입니다.

​'희생'과 '참사랑'이라는 꽃말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땅을 덮고 피어나는 그 마음이 참으로 겸손합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고, 드러내지 않아도 깊은 향기가 느껴지는 삶의 태도를 이 작은 풀꽃에게서 배웁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 여정 속에서 만난 이 작은 조우는 저에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세상의 소란함에 흔들리지 말고, 네가 선 그 자리에서 너만의 빛깔로 오롯이 피어나라"고 말입니다.

​허리를 숙여야만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움, 금창초의 보랏빛 미소를 사진 속에 소중히 담아 오늘의 기록으로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