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정평천의 풀섶을 살피다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끄는 꽃들 사이에서,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작은 생명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금창초(金瘡草)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락 말락 한 낮은 곳,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 자리를 지키며 보랏빛 꽃망울을 터뜨린 그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했습니다. 렌즈를 가까이 가져가니 그제야 금창초의 참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짙은 보라색 꽃잎 위로 정교하게 그려진 줄무늬는 마치 작은 나비가 날갯짓을 멈추고 쉬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금창초는 겨우내 차가운 대지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납작하게 엎드려 견딥니다. 그 인고의 시간을 거친 덕분일까요? 줄기와 잎사귀마다 돋아난 보송보송한 흰 털은 거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보호하며 피어난 강인한 생명력의 증거처럼 보입니다.

'희생'과 '참사랑'이라는 꽃말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땅을 덮고 피어나는 그 마음이 참으로 겸손합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고, 드러내지 않아도 깊은 향기가 느껴지는 삶의 태도를 이 작은 풀꽃에게서 배웁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 여정 속에서 만난 이 작은 조우는 저에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세상의 소란함에 흔들리지 말고, 네가 선 그 자리에서 너만의 빛깔로 오롯이 피어나라"고 말입니다.

허리를 숙여야만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움, 금창초의 보랏빛 미소를 사진 속에 소중히 담아 오늘의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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