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드득, 투명한 봄비가 마당에 내리면
나의 시선은 어느새
초록 잎사귀 사이로 난, 작은 꽃길을 향합니다.

동글동글, 수줍게 맺힌
만첩홍도화 봉오리 위로
하늘이 건네는 촉촉한 봄 인사가 내려앉네요.

'톡, 톡, 토옥.'

빗방울이 가늘게 부딪칠 때마다
연분홍빛 봉오리는
조금 더 짙은 빛깔로,
조금 더 깊은 향기로 물들어갑니다.

마치 수줍은 소녀가
첫사랑의 설렘에 얼굴을 붉히듯,
봄비에 젖은 홍도화는
자신의 수많은 꽃잎을 하나씩,
농익은 진심으로 채워가고 있네요.

아직은 앙다문 입술 같지만
그 속엔 수천 송이 꽃잎의 열망이
터질 듯 피어오르고 있음을 알아요.

가만히 귀 기울여 볼까요?
봉오리 속에서 작게 들리는,
"곧, 만개할 거야!"라는
두근거리는 속삭임을.

내일은 해가 나고,
비에 젖어 더욱 짙어진 그 분홍빛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출 그 순간.

나는 지금,
봄비에 농익어가는 만첩홍도화와 함께
그 찬란한 분홍빛 봄날을
가장 먼저, 설레는 맘으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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