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새벽, 창가에 홀로 핀
은은한 달빛 한 점 길어 올리니
추로수 붓 끝에 맺힌 그리움이
어둠을 밀어내며 살포시 번지네.

삼십 배 줌으로 당겨본 그대의 얼굴
얼룩진 흔적마저 고운 자태여
멀리서 바라보는 그대 눈빛에
내 마음도 조용히 머물다 가네.

사십 배 줌으로 더 깊이 들여다보니
비밀스러운 크레이터가 길을 내어주어
그대의 숨결 닿는 곳마다 내 발자국
조심스레 발을 들이는 설렘의 밤.

오십 배 줌, 달의 그림자마저 가까워져
우주의 고요가 내 귓가에 내려앉고
닿을 듯 말 듯 한 그 아득한 거리에
추로수의 시구는 다시 한번 설레네.

육십 배 줌으로 그대의 눈을 맞추니
수천 년 묵은 빛의 사연이 들려오고
말없이 건네는 그대의 낮은 음성에
내 안의 슬픔도 옅은 안개가 되네.

칠십 배 줌, 촘촘히 새겨진 상흔 위에
세월의 결을 어루만지며 서 있노라면
그대와 나, 같은 달을 바라보며
한마음으로 맺히는 이슬의 깊이.

팔십 배 줌, 비로소 보이는 그대의 속살
울퉁불퉁한 풍경조차 아름다운 건
우리가 겪어온 시간의 무늬이기에
추로수, 묵묵히 그 곁을 지키고 싶네.

구십 배 줌, 이제는 손을 뻗으면 닿을까
그대의 환한 이마에 입맞춤하고 싶어
어둠보다 깊은 그대 품 안으로
기꺼이 녹아들고 싶은 새벽의 끝.

구십 배 넘어, 마침내 백 배의 정점
달과 하나 되어 나를 잊는 순간
추로수의 세상은 온통 그대뿐이니
하현달 지는 자리마다 사랑이 머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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