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사이에서 간신히 건져온
어제의 수줍던 은빛 고백이
오늘은 반듯한 얼굴로 솟았습니다

밤하늘 가장 높은 정수리에 앉아
서늘한 눈빛으로 도시를 내려다보는
당신은 오늘 밤 고고한 섬입니다

고개를 꺾어 당신을 담는 일은
나를 비워 고독을 마주하는 의식
렌즈 너머로 차가운 숨결이 닿습니다

빛과 어둠이 칼날처럼 맞닿은 경계
그 서슬 퍼런 선을 따라 늘어선
세월의 훈장들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의 곡선
어딘가로 날려 보낼 희망을 품고
당신은 지금 가장 탄력 있게 차오릅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왼쪽의 어둠은
결코 모자람이 아닌 여백의 미학
내일로 채워갈 우리들의 약속입니다

다 차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눈부신
정월 초여드레, 저 당당한 반쪽처럼
우리의 꿈도 그렇게 깊어갑니다

"비어 있는 왼쪽의 어둠은 모자람이 아니라, 기어이 채워질 내일의 빛을 위해 비워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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