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암산의 정기가 서린 백양사, 쌍계루를 병풍처럼 두른 약수천의 맑은 물줄기 위로 낯설고도 반가운 손님들이 머뭅니다. 세월의 이끼를 머금은 돌 틈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에 맞춰, 검은 깃털 위로 흐르는 비취색 광택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부서집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붉은 얼굴과 단단한 생김새가 조금은 투박하다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만히 그들의 움직임을 좇다 보면 알게 됩니다. 고요한 산사(山寺)의 공기만큼이나 그들 사이의 교감이 얼마나 지극하고 고요한지를 말입니다.

서로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차가운 물결 속에서도 나란히 고개를 맞대며 나아가는 뒷모습. 그것은 화려한 수사 없이도 충분히 완성되는 그들만의 문장입니다. 요란한 외침 대신 묵묵히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일, 세속의 소란함이 닿지 않는 이곳에서 오직 서로의 온기에만 집중하는 일.

사랑은 어쩌면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이토록 평온한 오후의 풍경 속에 녹아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약수천 맑은 물결이 바닥의 자갈을 씻어내듯, 서로를 향한 깊은 눈망울은 서로의 고단함을 씻어내며 지워지지 않을 무늬를 새깁니다.

쌍계루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시간, 머스코비오리들이 물결 위에 써 내려가는 사랑 이야기는 산사의 정적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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