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24.

누가 이 높은 곳에
하얀 양떼를 풀어놓았을까요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저 하늘은
어쩌면 바다보다 깊어서
흰 구름 대신 눈꽃을 피워냈나 봅니다

선작지왓 드넓은 벌판 위로
바람이 결결이 새겨놓은 은빛 무늬들,
그 위를 걷는 발자국은
금세 겨울의 고요 속으로 지워집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산을 지키는
구부정한 주목의 어깨 위로
햇살이 내려앉아 보석처럼 부서진 저녁 달이 뜨고

세상의 소음은 구름 아래 두고 오고
오직 내 숨소리와
눈 밟는 소리만 아련하게 깊어가는 밤

한라산 심장 가까이서 어둠 속으로
세상은 잠시 하얀 정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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