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게 타버린 침묵처럼
무거운 구름이 바다의 어깨를 짓누를 때
겨울 서귀포항은
낮게 깔린 숨소리조차 숨깁니다

절망의 무게인 듯 드리운 그 어둠을
날카로운 황금빛 칼날이 가르고
찰나의 틈을 비집고 쏟아지는 노을은
하늘이 바다에 건네는 가장 뜨거운 악수입니다

차가운 파도 위로 부서지는 윤슬은
시린 계절을 버텨온 우리들의 눈물 같아
바다는 그 빛을 받아 안고
잠시 찬란한 금빛으로 흐느낍니다

모든 빛이 사그라드는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삶의 무늬들,
저 짙은 구름도 결국 빛의 통로였음을
겨울 항구의 석양이 가만히 일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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