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냇가의 명랑한 무용수, 백할미새)
졸졸 흐르는 시냇물 위, 징검다리처럼 놓인 바위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꼬리를 위아래로 까딱거리는 새가 있습니다. 하얀 얼굴에 검은 눈줄을 그려 넣은 모습이 마치 정성껏 화장을 한 듯 단정합니다. 바로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백할미새’입니다.

백할미새를 보고 있으면 ‘성실함’과 ‘경쾌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녀석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가느다란 다리로 자갈 위를 총총 뛰어다니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긴 꼬리를 쉼 없이 흔들어 댑니다. 그 모습은 마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 같기도 하고, 지휘봉을 흔들며 물소리를 지휘하는 작은 지휘자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왜 이 작고 예쁜 새에게 ‘할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까요? 하얀 깃털이 할머니의 흰머리를 닮아서라는 이야기도 있고, 굽이굽이 휜 허리처럼 꼬리를 흔드는 모습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녀석들의 움직임은 할머니의 뒷모습보다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세상이 궁금해 여기저기 참견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더 닮았습니다.

차가운 물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백할미새. 오늘 나그네가 마주친 그 새는 아마도 나그네의 하루에 작은 리듬감을 선물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꼬리를 까딱이는 그 리듬에 맞춰, 나그네도 잠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까딱이는 안부)
하얀 뺨에 검은 줄 긋고
물빛 거울 앞에 앉아
무슨 생각을 저리도 골똘히 할까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노랫가락이 되고
이끼 낀 바위는
작은 무대가 된다

한 번 까딱, 세상에 인사를
두 번 까딱, 나에게 안부를

가느다란 다리로 딛는 자갈마다
경쾌한 리듬이 피어나고
휘청이는 긴 꼬리 끝엔
겨울 햇살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내 마음의 시계추도
어느새 녀석을 따라
기분 좋게 까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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