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25.

한라의 가장 높은 곳, 하늘의 입술이 닿는 곳에
천년의 고요를 품은 분화구가 열려 있습니다.
현무암 바위마다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는
산신령의 흰 수염처럼 신비롭고도 자애롭습니다.
호수 중심은 여전히 맑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남서쪽 귀퉁이, 따스한 햇살이 먼저 닿는 자리엔
어느새 살얼음이 녹아 투명한 눈물을 흘립니다.
그 작은 물결 위에 구름의 그림자가 잠시 머물다 갑니다.
거창하게 채우지 않아도 넉넉한 저 빈자리,
바람은 능선을 타고 백록의 전설을 실어 나르고
우리는 그저 그 웅장한 여백 앞에 서서
지상의 소란을 잊고 비로소 깨끗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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