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내수전, 눈보라의 독백

Chipmunk1 2026. 2. 16. 02:41

2026. 01. 25

하늘과 바다가 한 몸으로 엉켜버리던 날
내수전 높은 굽이 위에 우뚝 섰습니다
천지는 온통 창백한 회색빛 수의를 입고
울릉의 겨울은 거친 숨을 몰아쉽니다

방금 전까지 반짝이던 금빛 윤슬은
성난 파도와 눈구름 속에 자취를 감추고
한 치 앞도 허락지 않는 하얀 장막 너머로
검푸른 바다만이 포효하며 몸부림칩니다

몰아치는 눈발은 칼날이 되어 뺨을 스치고
저 멀리 외로운 섬 하나, 파도에 씻기며
이 풍랑이 멎기를 묵묵히 견디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끝내 그 자리에 있을 믿음처럼
비워낼수록 더 거세게 채워지는 눈보라 속에서
세상은 잠시 지워지고 오직 나만의 적막만 남으니
차가운 허공에 흩어지는 뜨거운 입김 하나가
오늘을 살고있다는 가장 따스한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