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03.

유채꽃이 있던 넓은 꽃밭 초입, 축구장 하나 크기 정도의 공간에 아스타 국화가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가을을 보낼 채비를 서두릅니다.
유채꽃이 아니더라도, 아스타 국화가 아니더라도, 민족의 영산 한라산과 파란 하늘과 구름이 하나가 된다면, 어떤 꽃과도 잘 어울릴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너른 꽃밭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구름이 말끔하게 벗겨지기를 학수고대하며, 핑크뮬리와 지난 6월에도 보았던 온실의 수국과 온실 밖 출구가 시작되는 연못 옆 란타나와 지루하게 시간도 보내고,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돼지사육장 입구에서 멜랑꼴리 한 분위기로 돼지 냄새가 스멀스멀 나는 듯한 환경도 마다하지 않고 철제 탁자에 앉아 돼지빵을 음미하고, 햇볕이 눈부신 카페에 앉아 그리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시원한 음료도 마시면서 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벗겨질 듯 벗겨질 듯 애를 태우는 구름을 핑크뮬리로 가득한 하늘정원에서 백록담 위로만 몰려드는 구름이 나그네를 더욱더 애타게 합니다.


하늘정원을 나와 돼지사육장을 지나 돼지빵(9개 5천 원, 현금 10개)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름이 걷히기를 계속 기다립니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자랑거리인 사계절 내내 수국이 반겨주는 온실에서 또다시 시간을 보내며 백록담 위에만 몰려있는 구름이 지나가길 간절히 기다립니다.

온실 옆 카페에서 한 시간 가까이 청귤에이드로 심술궂은 구름 때문에 타들어가는 심정을 진정시켜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란타나와 시간을 보내며, 세 시간 가까이 기다리던 마음이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합니다.

제주도에 온 이래 처음으로 사려니숲길 걷는 것도 포기한 채로, 휴애리자연생활공원 꽃밭에서 구름 걷힌 한라산을 보기로 했던 계획을 마침내 철회하고, 미련이 가득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그나마 만첩산철쭉의 배웅을 받으며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을 떠납니다.
동백이 피는 겨울과 유채꽃이 피는 봄에는 한라산이 구름 한 점 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휴애리자연생활공원과 함께 하기를 바라보며,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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