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화 "어쩔 수가 없다"

Chipmunk1 2025. 9. 25. 18:02

2025. 09. 25.

언젠가 내가 지나온 듯한 길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깊은 공감과 복잡한 감정을 자가발전 시켜줍니다.

영화 속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오랜 세월 자긍심을 갖고 일해온 직장에서 갑작스레 해고당하는 상황은 나그네가 지나왔던 길과 유사하기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중량감이 더욱 무겁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만수가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뇌가 현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져서, 똑같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나그네가 겪었던 과거와 데자뷔 같은 느낌에 큰 울림으로 돌아옵니다.

특히, 만수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와 선택의 어려움은 단순한 흑백논리가 아닌, 어느 쪽도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현실의 복잡함을 잘 보여주어, 그럭저럭 나름의  인생 경험이 쌓인 세대로서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웃음과 비극, 긴장과 슬픔이 섞인 블랙코미디적 요소들이 무겁기만 한 이야기에 균형을 이루며 현실을 직시하게끔 했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만수의 딸 유연(최소율)에 대해서 자폐아라는 설명도 소개도 없었지만, 본인의 생각이나 의사표시를 말로 하는 대신 첼로 연주로 하고 있음을 특징적으로 전개한 것도 무척 섬세한 접근이었고, 천재적인 성향으로 악보를 그림으로 그리는 천재성, 그래서 대사라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을 두 차례 정도 반복하는 게 전부로 몇 마디 없었지만, 정작 자신이 열연한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열 살짜리 어린 친구가 자폐아 역을 실감 나고 자연스럽게 정말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1970~80년대 한국 중산층의 삶을 상징하는 ‘불란서 주택’과 음악 등 세심한 미장센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성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어 향수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깊이와 유머가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이, 세상으로부터 점점 잊혀가는 우리 세대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해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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