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소금쟁이의 작은 파문(波紋)

Chipmunk1 2024. 8. 5. 03:32

2024. 07. 17.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유발할 수도 있겠다는 가설이 만들어 낸 나비효과는 실제로 발생될 확률은 거의 없다지만, 카오스이론의 토대가 되었듯이, 덕진공원 연못에서 마치 비가 떨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잔잔한 연못에 작은 파문을 만드는 소금쟁이들의 가냘픈 발차기도 분명 지구상 어디엔가는 괄목할 만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더군다나, 직접적이고 파괴력 있는 일부 몰지각한 중생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끝없는 혹세무민과 권력남용과 불법과 탈법을 즐기는 기득권자들은 물론이고, 도를 넘는 탐욕과 사리사욕을 위해서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는 위정자들의 목불인견이 나비의 날갯짓이나 소금쟁이의 발차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세상을 빠르게 혼돈 속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는 어쩌면 백여 년 전 을사오적들의 망령이 되살아나 부귀영화를 독식하고,  고통과 핍박은 오롯이 삶이 고단한 민초들의 몫이 되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오늘도 쉼 없이 돌아가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거부하지 못하고 나비처럼 저항의 날갯짓이나 소금쟁이처럼 저항의 발차기도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무당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처럼 서서히 말라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현명한 잠자리는 음침하고 나무와 숲이 우거진 곳을 피해 창공을 훨훨 날며, 작은 날갯짓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날다가 지치면 연못 위에 솟은 풀대에 앉았다가, 연꽃으로 옮겨 삶을 이어갑니다.

소금쟁이와 나비와 잠자리 같은 미물들도 생존을 위해 거침없이 날갯짓하고 발차기를 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나는 어떻게 살아내고, 후손들에게 어떤 나라를 넘겨줘야 하는지에 대한 사소한(?) 걱정을, 잔잔한 연못 위를 부단하게 뛰어다니며 쉴 새 없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소금쟁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의 문턱에서 살고 있는,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고, 다시는 후진국으로 되돌아가서 살고 싶지 않은 나의 간절한 소망을 읊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