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루 3

내장사의 봄은 꿈틀꿈틀

2025. 02. 27.내장사의 봄이 꿈틀거리며, 관음전과 극락전을 내려다보는 서래봉이 겨우내 삭풍을 막아내니, 형제봉을 넘은 춘풍이 무혈입성하며, 경내 가득 봄기운을 채우기 시작합니다.방화로 소실된 지 삼 년여 만에 재건을 시작한 대웅전 공사는 겨우내 많은 진척이 있었는지, 키 큰 크레인이 가림막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서 봄의 희망이 엿보이고, 코로나19 펜더믹 직전까지 겨울이면 주지스님이 손수 덕으셨다는 따스한 차 한잔에 구수한 군고구마 두어 개 껍질 벗겨 먹는 재미로 눈이 가득한 단풍터널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았던 정혜루는 인적이 끊긴 채 어느새 여섯 번째 봄을 맞습니다.관음전 앞뜰 서향(천리향)은 향기를 가득 모둠은 꽃망울을 잔뜩 부풀린 채로 봄을 기다립니다.뭍에서는 온실..

여행 이야기 2025.03.02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3년을 맡기고, 2024년 새해를 맞으러 갑니다.

2023. 12. 30.이제는 2023년과 작별을 나눌 시간입니다. 마지막 날 갔었던 작년과는 달리 하루 일찍, 내장산국립공원의 우화정과 내장사에 가는 해를 잘 맡겨 놓으러 갔습니다. 우화정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돋아날까 싶어 무작정 우화정으로 달려가 용을 쓰며 홀로 송년회를 해보지만, 날개는커녕 눈길에 살짝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으려 땅바닥을 짚은 왼쪽 팔에 통증이 몰려옵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쌓이지 않은 내장사 가는 길의, 겨울 답지 않은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하며, 잠깐 사이 천왕문을 지나 정혜루도 지나 경내로 들어섭니다.여전히 수년 전 어이없게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 자리에는 창고 같은 임시 글씨만 큰 법당인 대웅전을 대신하는 자그마한 법당이 나그네를 슬프게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겨울 이야기 2023.12.31

눈 속의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2년을 두고 오다

2022. 12. 31. 2022년 마지막 날 새벽 4시 조금 넘은 경부고속도로와 천안 논산고속로와 호남고속도로를 막힘없이 거침없이 시원하게 내달렸다. 근래 들어 보기 드문 폭설로 말미암아 상당기간 입산금지되었다가 겨우 통행이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오전 7시 막 지나서 도착한 내장산국립공원 매표소 직전 도로는 아직도 통행을 금지한다는 빨간 위험표지판이 세워져 있기에 다리 건너 적당한 공터에 주차를 하고, 아무도 없는 듯 보이는 정문을 지날즈음, 뒤쪽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뒤돌아보니, 매표소 뒷문으로 매표소 관리인 인듯한 사내가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겸연쩍어하는데, 그냥 들어가시라고 한다. 꾸벅 인사하고 가던 길을..

겨울 이야기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