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9월이 열렸다. 새벽부터 구슬프게 내리던 이른 초가을 소낙비가 백양사 오솔길을 적시고, 염주나무라 불리기도하는 모감주나무의 열매가 마치 사월 초파일의 연등 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승무를 추는 비구니가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을 쓴듯한, 덩굴이 질기지못해 질빵끈으로 쓰기에 약해서 백년손님인 사위가 힘들까 염려되어 사위의 질빵끈으로 썼다는 상아빛깔의 사위질빵꽃이 아직은 열매가 여물지않은 커다란 모감주나무와 이웃하여 활짝 핀채로 빗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모습이 이젠 시원하다기 보다는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시절의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젊은 시절과도 같이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지금의 내 모습과 같은 가을을 시작하는 9월의 첫 날은, 오래 전 첫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