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도 없는 깜깜한 새벽녘에 백양사의 일주문을 통과하여 텅 빈 주차장서 여명이 밝기를 기다리다 무심코 길을 나선다 호젓하고 어스름한 약수천변은 어느새 쌍계루 앞으로 인도한다 살얼음이 살짝 비치는 약수천에 흐릿하게나마 백학봉과 쌍계루가 습관처럼 데칼코마니를 연출하고 거슬러 온 약수천 끄트머리에서 부터 붉은 기운을 가득 안고 먼동이 터온다 대웅전을 우회해서 청운정 작은 연못 속에서 백학봉의 데칼코마니를 맞는 행복은 언제부턴가 루틴이 되었다 회색빛 백학봉을 비추는 아침 햇살이 영하 칠 도를 밑돌던 동장군의 기세를 단번에 밀어내니, 대웅전의 뜨락으로 봄기운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고 대웅전 뒤뜰 석탑 주변에 피었던 가을꽃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가을에 이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백학봉의 심란스런 마음속에서 거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