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1.

초록빛 생명력이 가득한 여름의 연못가를 느린 걸음으로 거닐어 봅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맑게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다 문득 시선이 머문 곳, 그곳에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호주 수련’이 피어 있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수면 위로 꼿꼿하게 고개를 치켜든 하얗고 붉은 꽃송이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일반 수련들이 수면에 부끄러운 듯 바짝 붙어 피어난다면, 이 호주 수련들은 무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물 위로 줄기를 길게 뻗어 올리는 당당함이 있습니다. 가장자리가 뾰족뾰족하게 물결치는 초록 잎사귀 또한 이방의 신비로움을 더해줍니다.

가장 마음을 머물게 한 것은 잔잔한 물결 위에 그려진 투명한 투영이었습니다. 물 위에 핀 꽃이 허공을 향해 피어난 현실의 아름다움이라면, 물아래 비친 그림자는 마치 마음속에 고이 접어둔 기억의 데칼코마니처럼 아련하고 선명합니다. 흔들리는 물살 속에서도 제 모습을 잃지 않고 마주 보고 있는 두 송이의 꽃을 보며, 눈에 보이는 세상 뒤편의 또 다른 깊이를 가만히 응시해 봅니다.

그 곁으로는 수면에 다소곳이 누워 은은한 분홍빛 살구색을 틔워낸 온대 수련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피어 있습니다. 거칠 것 없이 당당하게 솟아오른 열대 수련의 화려함과, 숨은 듯 부드럽게 피어난 온대 수련의 우아함이 한 연못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듯 평화롭기만 합니다.

한여름의 한복판, 연못가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이토록 맑고 깊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피워내는 꽃들처럼, 우리의 하루도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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