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안개가 대지를 낮게 감싸 안는 하얀 새벽,
이슬을 머금은 흰나리가 어둠 속에서 하나둘 순백의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하고 고결한 자태이지만, 피어난 꽃을 바라보는 마음 한구석에는 잔잔한 아쉬움이 번져갑니다.

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순간에 역설적이게도 이별의 시간을 예감합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만물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성하(盛夏)의 계절 7월. 그 강렬하고 눈부신 계절의 한복판을 이 연약하고 고운 흰나리와 함께 걸어가기는 힘들 거란 생각이 스치기 때문입니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어서, 뜨거움이 더해질수록 이 청초한 빛깔은 조금씩 빛을 양보해야 하겠지요. 비록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며 아쉬운 작별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 새벽 가장 맑은 모습으로 마주해 준 순간만큼은 가슴 깊이 머무를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때에 조용히 떠날 채비를 하는 흰나리를 보며, 지나가는 계절과 머무는 풍경의 소중함을 다시금 조용히 새겨봅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하얀 새벽의 풍경입니다. 오늘 하루도 편안하고 깊은 여유가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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