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한창 화려해야 할 유월인데, 아쉬움과 사연이 남는 제주 현애원의 안타까운 수국길

Chipmunk1 2026. 6. 30. 14:50

2026. 06. 11.

싱그러운 초록이 짙어가는 유월, 한창 푸르고 야자수와 더불어 눈부시게 피어날 수국 소식을 전하고자 오랜만에 제주 현애원을 찾았습니다.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을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입구에서부터 무언가 서글픈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어엿하게 1만 원의 입장료를 내고 당당히 들어서던 매표소는 문을 닫았고, 매표소 오른쪽 카페 이스틀리가 이제는 유일한 출입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입장료 대신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주문하는 것으로 정원 관람을 대신하고 있더군요.
알고 보니, 그동안 정원을 애정으로 가꾸고 경영해 오시던 분들이 이제는 너무 연로해지셔서 더 이상 넓은 정원을 돌볼 여력이 되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결국 정원의 경영을 카페 측에 일임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접하고 나니, 들어서는 발걸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습니다.

바야흐로 수국이 가장 눈부시게 세상을 수놓아야 할 계절의 중심인데도, 막상 마주한 정원의 풍경은 주인 잃은 집처럼 쓸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체계적인 관리의 손길이 끊긴 탓인지, 정원은 마치 조금씩 버려진 정원처럼 거칠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보았던 그 탐스럽고 화려한 빛깔 대신, 한창 피어나야 할 꽃송이들이 생기를 잃고 잎 끝부터 타들어 가듯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세월의 무게 앞에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진 사람의 손길과 관리 부재의 흔적이 꽃들 위로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해 가슴 한구석이 참 안타깝고 아려왔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거칠어진 정원 길을 천천히 거닐다 보니,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나무그늘과 수국이 품은 은은한 잔향만은 여전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비록 기대했던 과거의 완벽한 절정은 아니었지만, 돌봄이 무색해진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피어난 꽃들에게서 깊은 연민과 함께 나름의 고즈넉한 멋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안타깝고도 소중한 여운을 혼자 보기 아까워, 정원의 풍경들을 정성껏 사진으로 엮어보았습니다.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세월의 흐름과 사연을 견디며 홀로 피어난 현애원의 호젓한 수국 길을 사진으로나마 함께 거닐며 자연이 주는 깊은 여운을 나누어봅니다.

정원을 돌보던 손길은 떠나고 조금은 거칠어진 길을 걸으며, 문득 '현애원(賢愛園)'이라는 이름을 되새겨봅니다. 어질고 현명한 사랑이라는 그 이름처럼, 이곳을 일구었던 이들의 남모를 헌신과 온기가 비록 관리는 소홀해졌을지언정 숲 정원 구석구석에 여전히 은은하게 남아있는 듯합니다.